본문 바로가기
Health & Beauty/척추측만증

척추측만증 수술 10년 차, 후회하는 이유

by 다나리 2020. 2. 20.
반응형

지금으로부터 햇수로 10년 전 저는 서울 모 병원에서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았습니다. 아마 척추측만증으로 정보를 찾아보셨다면 흔히 알만한 유명한 병원의 척추측만증 센터에서 유명한 교수님께 받았어요. 우리 척추는 경추(목), 흉추(가슴), 요추(허리)로 나뉘고 성장기인 아이들에겐 보통 흉추에 측만이 오는데 저는 특이 케이스로 요추에 측만이 있었어요. 요추 측만은 각도가 덜해도 더 심각하기 때문에 50도 미만이었지만 수술을 했습니다. 당시 저도 성장기였고 지금은 10년이 지난 20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척추측만증 수술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회합니다.

지금부터 척추 수술 후회하는 이유와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 대해 말씀드릴테니, 수술을 고려하는 당사자와 부모님들은 눈여겨 보시길 바랍니다.

 


1. 만성통증이 있을 수 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척추측만증 수술 환자들 중 1/3은 만성 통증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네, 그 1/3이 바로 접니다. 저는 중학생 때 수술을 했고 중학생 땐 괜찮았으나 고2~고3부터 오래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무리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통증은 더 나아질 일은 없고 나빠지기만 하는 것 같아요. 현재는 통증 때문에 풀타임 근무하는 일반 직장을 못 다닐 정도입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정도인데 백세 시대에 앞으로는 점점 더 어떨까요? 70세엔 어떻고 80세엔 어떨까요? 쉽게 장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2. 급격한 체력 저하가 온다.

수술 후 저는 체력 저하를 경험했습니다. 당시 한창 놀아도 지치지 않을 나이였는데도 수술 1년 후에 친구들과 평소처럼 놀다가 너무 피곤해서 변화를 체감했던 적이 있거든요. 척추측만증 수술을 하고 나면 그 차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체력 저하가 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척추 수술이 척추를 핀으로 고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상인보다 동작에 제한이 있고 그에 따른 피로도가 쌓이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척추측만증 수술은 티타늄 소재의 핀을 몸 안에 고정하는 침습적인 형태의 수술이기 때문에, 그게 몸에 좋을리가 없습니다. 우리 몸은 이물질이 몸에 들어오면 적으로 간주하고 계속해서 면역 반응을 한다고 하거든요. 그 때문인지 몰라도 저는 그동안 면역 저하와 관련된 질병을 자주 겪었기 때문에, 더더욱 후회가 되는 지점입니다.

살아보니 체력이 정말 중요한데, 무엇을 해도 체력이 바닥이니 삶에 지장이 참 많이 생깁니다. 더 설명할 것도 없겠네요.

 

3. 당신 혹은 당신의 자녀는 너무 어리다.

보통 척추측만증 센터는 방학 때 환자들로 꽉 찹니다. 방학 때 수술하고 방학 내내 휴식을 취한 다음 학교에 다니는 것이 일반 수순이거든요. 그렇다면 비교적 시간이 여유롭고 방학이 있는 초중생 때 수술을 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중학교 방학 때 수술을 했고 방학 꼬박 누워있다가 개학하면서 보조기를 차고 학교를 다녔거든요. 학교에 다니면서 통증 때문에 보건실에 가서 누워있고 그랬습니다. 중학교 방학이 길어야 2~3개월입니다. 또 중학생 때 휴학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 개학을 하고 학교를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고, 학교에 가면 내내 앉아있고 친구들과 놀아야 합니다. 저는 이 시기가 수술에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제 생각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나 대학교 저학년 때 수술을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단 것입니다. 대학교는 1년 이상을 휴학을 할 수 있습니다. 개월 수로 치면 15개월 정도 됩니다. 중학교 방학과 차원이 다르게 긴 시간이고, 그 시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수술 후 안정과 휴식만 취한다면 더 좋은 경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해보건대, 중학교는 수술 후 안정을 취하기 그다지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저도 당시에는 철이 없어 누워있기보다는 놀고 싶었고, 아프더라도 참고 무리해서 놀고 그랬습니다. 그러다보면 경과는 더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학생 시절이 수술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성인이 되고 나서 수술하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4. 아직 당신은 너무 모른다. 

 

요즈음엔 정보가 하도 많으니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많이 정보를 찾아봤을 테고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아직 나는 아는게 너무 없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저는 제 몸인데도 핀으로 척추를 고정하는 수술인 줄은 전혀 몰랐고 나중에 수술 후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권위 있는 의사가 수술해야 한다고 얘기하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그 말이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수술인지, 데미지가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는 어떠할지에 대해 반드시 많이 찾아보고 숙지하고 수술을 결정하셔야 합니다. 이 글도 그 정보의 일련입니다. 

또, 한글로만 정보를 찾아보지 마시고 영어로도 반드시 찾아보십시오. 영어를 못하신다면 주변에 영어할 줄 아는 사람한테 부탁이라도 하세요. 정보의 양 차이가 엄청납니다.

한편,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테면 도수 치료다 뭐다 해서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못 보는 경우요. 이런 경우 정말 많습니다. 어떤 정보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헷갈리실 땐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가장 진실에 가까운 정보는 의사와 수술 경험있는 환자가 알고 있습니다.

 

5. 좋든 싫든 수술하고나면 장애가 생긴다.

 

이 부분도 저는 수술 전에 몰랐던 부분이에요. 척추측만증을 수술하고 나면 지체장애-척추 경증 장애 진단을 받습니다. 겉보기엔 멀쩡한데 장애 진단을 받으니 심각성을 그다지 깨닫지 못하게 되는데, 살다보면 내가 왜 장애가 있는지 몸소 체감하게 됩니다. 국가에서 장애 진단을 내려준다는 것은 실제로 일상 생활에 장해가 있기 때문에 진단하는 것이거든요. 점점 내 몸에 맞지 않는 사물들과 활동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아 참, 수술하지 않더라도 각도가 40도 이상이라면 장애 진단이 나온다고 합니다. 척추측만증은 수술을 하든 안 하든 일단 생기고 나면 고달픈 질병임이 틀림 없습니다.

 

6. 허리는 아껴 써야 하는 것이다.

허리는 단 1년이라도 아껴 써야 하는게 맞아요. 아프다고 해서 무슨 운동한다고, 무슨 치료받는다고 좋아지는게 아니라 최대한 아껴 써야 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허리에는 배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척추측만증 수술을 하고 나면 그 배터리가 확 줄어들죠.

제가 앞에서 수술을 뒤늦게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는데, 비슷한 얘기입니다. 20살에 해야 30살까지는 별 무리 없이 살 수 있겠죠. 저도 그간 10년 동안은 좀 아프고 체력이 똥이긴 했어도 별 탈 없이 하고 싶은 거 거의 다 하고 살았거든요. 근데 10년 차가 되니 무리가 많이 오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동안 허리는 아껴 써야 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통증 줄여 보겠다고 별 운동을 다 해 본 결과이기도 합니다. 저처럼 되지 마시고 허리는 아껴 써야 한다는 그 개념만 머리에 새기고 가세요.


여기까지 제가 수술을 후회하는 이유였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큰 수술을 그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고 받았을까 싶은데, 지금도 저와 같은 분들이 많을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직접 겪으면 그렇게 되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니 이런 글을 썼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끝으로, 그러면 수술을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냐? 물으실 수가 있는데, 그런 얘기는 결코 아닙니다. 

휘었던 척추가 운동으로 펴지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그건 원래 측만이 경미했던 경우가 대다수이고 이미 50도 이상으로 심한 분들은 운동만으로 좋아지기 어려워요. 그리고 척추측만증을 방치해도 통증에 시달리고 각종 부작용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척추측만증 수술하고도 건강하신 분들 많아요. 제 말은, 척추측만증은 이미 발생했다면 죽고 사는 병은 아니어도 재앙이라고 봐야 할 정도로 골치 아픈 질병이긴 합니다. 그러니 수술하셔야 한다면 최대한 뒤탈 없이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시라는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것! 휘어졌지만 아프지 않을 수도 있고, 운동으로 다시 좋아질 수도 있어요. 저도 다시 돌아간다면 의사 말 곧이곧대로 수술하기 보다는 희망의 끈을 끝까지 부여잡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수술을 받았을 것 같네요. 그래야 후회도 없겠죠. 수술은 언제나 최후의 보루입니다. 잊지마세요.

 


안녕하세요. 제가 척추측만증 관련으로 연재를 했었는데 사생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중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안전하게 제 이야기를 앞으로도 나누기 위하여 아래 채널을 개설하였으니 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아래 채널에서 확인하여 주세요. 감사합니다.

 

https://posty.pe/pxjxke

 

척추측만증 수술 10년 차, 후회하는 이유 : 포스타입 포스트

지금으로부터 햇수로 10년 전 저는 서울 모 병원에서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았습니다. 아마 척추측만증으로 정보를 찾아보셨다면 흔히 알만한 유명한 병원의 척추측만증 센터에서 유명한 교수님

danalee.postype.com

 

반응형